2020.7.10. ~ 7.11.
벌새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김보라,최은영 외 4명
2019.8.29.
아르테

슬펐지만 아름다웠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누군가는 피하고 누군가는 피하지 못한 사고.
내가 되었을 수도 내가 아는 누군가가 되었을 수도 있다. 우리는 항상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매일을 살아간다. 문득 건강하게 지내는 나의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들은 가정폭력과 남녀차별이었다.
은희 오빠의 육체적인 폭력부터 은희 부모의 정신적인 폭력까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폭력들이 묵인되어왔다는 것이 새삼 충격적이다. 단지 가족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안고 가야하며 시간이 지났다고 모든 것을 용서해야 하는 것일까.
1994년으로부터 2020년만큼의 시간이 흘렀을 때 지금 우리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들이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어떻게 비춰 질까 궁금해졌다.
<벌새>에 나오는 시대는 지났지만 지금도 수많은 은희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벌새>에는 남자도 여자도 차별인 것조차 몰랐던 가정 내의 남녀차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버지와 같이 돈을 벌고 집안일도 맡고 있지만 힘이 없는 어머니, 아무렇지 않게 핍박받는 은희,수희와 대조적인 아버지와 대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에게 상처받고 치유 받으며 성장해 가는 은희를 보았다. 그 성장이 슬펐지만 아름다웠다.
소설 끝에 등장하는 은희가 받은 영지의 편지 내용이 마치 <벌새>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 같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영화 상영시간이 138분으로 비교적 긴 편이며 기승전결이 없는 잔잔한 내용인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놀랍지만 영화에서 편집된 내용들을 책에서 볼 수 있다. 영화와 소설.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매력이 있었
다.
책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배경 소리(한 여름 청량한 바람소리, 조용한 저녁 벌레우는 소리 등)가 영화에서는 꽤나 인상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영지.
내 상상 속 이미지와는 좀 달랐지만 캐릭터 자체에서 오는 아우라는 같았다. 영화 속에서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녀의 인생은 뭔가 사연이 많을것 같은 느낌.
나는 그냥 은희와 영지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이 앞으로는 좀 더 아니, 아주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들 너무 우울해 ㅠ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레마 리모컨 8개월 사용후기 (0) | 2020.08.15 |
---|---|
[책100권읽기] 2020.7월 독서 목록 7권 (2) | 2020.08.02 |
김미경의 리부트 김미경 (0) | 2020.07.12 |
2020.6. 독서목록 10권 (0) | 2020.07.05 |
죽음의 에티켓 롤란트 슐츠 (1) | 2020.06.25 |
댓글